테이프 새츄레이션은 공간계 플러그인들과 함께 플러그인 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이며, 그만큼 적절한 효과를 얻기 어려운 이펙트이기도 하다. 즉, 사용하는데 있어서도 어느 정도 공부가 필요하다. 프리셋만 쓰기에는 너무 아까운 대표적인 플러그인이 바로 테이프 복각 플러그인이다.
프리셋도 분명 좋은 시작점이 될 수는 있겠지만, 결국 트랙에 맞게 조절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몫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 이펙트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테이프는 소리에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변화를 주는 것일까?
1. 새츄레이션?
새츄레이션 (Saturation) 은 '포화'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지만 음악에서 쓰일때는 그 의미가 상당히 다르다. 음악에서 말하는 새츄레이션은 디스토션과 비슷한 의미를 갖는데, 배음을 추가한다는 점에서는 디스토션과 같지만 디스토션과는 달리 원래 소리의 배음 구조를 해치지 않고 유사한 형식으로, 또 수학적 배열 규칙에 따라 배음을 추가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결과적으로 디스토션이 소리를 완전 뭉개버리듯이 왜곡해서 음색을 굉장히 자극적으로 탈바꿈하는 반면에, 새츄레이션은 원래 소리의 느낌을 유지하되 살짝 더 존재감있게 만들어 준다.
https://www.youtube.com/watch?v=n6ew5mMN2pQ&ab_channel=InTheMix
2. '테이프' 새츄레이션?
그럼 테이프 새츄레이션은 뭐가 다른가?
다른 새츄레이션 이펙트와 달리 테이프 새츄레이션은 테이프가 돌아가는 속도에 따라 추가되는 배음이 달라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테이프는 보통 7.5, 15, 30 ips (inch-per-second) 의 속도로 돌아가는데, 속도가 빠를수록 높은 주파수의 소리를 담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보유하고 있는, 약 1 ips (2.4 cps) 의 속도로 돌아가는 마이크로카세트의 경우는 약 4khz까지의 소리를 담을 수 있으며, 30 ips 정도면 가청주파수 범위를 넘어서는 주파수도 충분히 잡아낼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이때 ips의 변화는 담을 수 있는 주파수 범위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고, 배음이 생기는 위치에도 변화를 주게 된다. 위에 첨부한 사진을 보면 그 차이를 눈으로 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EQ를 통해서 저 그래프를 따라하는 것으로는 전혀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EQ는 배음 갯수에 변화를 주지 않고 이미 있는 주파수의 크기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3. Wow & Flutter
테이프 머신은 주변 환경, 기기 컨디션 등에 영향을 받아 음정이 일정하지 않은데, 이를 통틀어서 보편적으로 Wow & Flutter라고 부른다. 음정이 흔들리는 주기가 비교적 길다면 Wow, 짧다면 Flutter로 지칭한다. 이러한 음정의 미세한 떨림은 중역대ㅡ800hz~3khz 부근에서 특히 더 잘 들리는 경향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_36x1_LKgg&ab_channel=RananChan
원래 실제 테이프 머신에서는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이를 조절할 수 없지만, 플러그인에서는 그 양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제거하기도 한다. (특히 마스터링 단계에서)
4. Bias
테이프 관련해서 Bias는 녹음중인 오디오 신호에 직류 신호를 추가하는 DC Bias, 녹음중인 오디오 신호에 초고역대 주파수를 추가하는 AC Bias 두가지가 있는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소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AC Bias다.
AC Bias는 가청주파수를 아득히 벗어나는 40~150khz 정도의 주파수 신호를 추가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테이프에 이전에 기록되어 있던 신호에 영향을 최대한 줄이면서 새로운 오디오 신호를 녹음할 수 있도록 해준다.
Bias 값은 테이프 머신의 종류, 녹음되는 속도 등에 따라 다르게 설정되는데, 딱히 환경마다 정해진 설정값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천천히 들어보면서 값을 조정해주면 된다. 보통 Bias 값을 높게 설정하면 안정감있고 컴프레서가 들어간 듯 한, 흔히 말하는 Glue Effect가 적용된 소리가 나고, 보다 낮게 설정하면 비교적 불안정하고 거친 질감을 갖는 소리가 나게 된다.
5. 노이즈
바이닐과 마찬가지로 테이프도 특유의 노이즈가 있다. 바이닐의 노이즈는 특유의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주를 이루는 반면에 테이프 노이즈는 화이트 노이즈와 흡사한, 치이익-하는 소리가 난다. 역시 다른 부분들과 마찬가지로 테이프의 재생 속도와 종류에 따라 살짝씩 다른 소리가 난다.
예전에는 테이프에서 발생하는 노이즈를 줄이기 위해 트랙 너비를 늘리는 등의 노력을 했었지만 오늘날에는 테이프 특유의 따뜻함을 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이즈를 삽입한다.
마지막으로, 다른 이펙트들이 그러하듯 테이프 에뮬레이션 역시 정해진 설정은 없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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