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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링 스피커에 대해서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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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r to ear 2024. 1. 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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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음악을 만드는데 필요한 장비들 중에서 가장 사용자들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장비는 단연 스피커라고 생각한다. 스피커를 고를 때 어떤 부분을 봐야 하는지 알고 사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보통은 유명 아티스트들이 사용하는 것을 보고 따라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리뷰들만 보고 사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며, 직접 들어보고 산다고 해도 내 방에서 들었을 때는 당연히 다른 소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또한 온갖 오디오 미신들과 넘쳐나는 상술들 속에서 나에게 맞는 스피커를 고르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스피커를 알아보기 전에 스피커와 주변용품들에 관한 미신들에 대해 알아보자.

 

 

 

1. 비싼 케이블은 소리가 다를까?

???

 

 오디오질을 하다 보면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미신이다. 몇십만 원부터 심하게는 몇천만 원에 달하는 케이블까지, '다른 소리'를 주장하는 케이블들은 공통적으로 별다른 논리적 설명 없이 일단 들어보고 판단하기를 요구한다. 해당 금액 정도의 상품이라면 응당 기재되어야 할 설명은, 금속 재질에 대한 의미 없는 이야기들과 '디테일', '해상도', '정숙함' 따위의 주관적 느낌을 표현하는 단어로 대체된다. 정말 들어보면 알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https://www.audiosciencereview.com/forum/index.php?threads/nordost-superflatline-speaker-cable-review.45615/

 

 위 그래프는 360$ 케이블의 THD와 주파수 응답 그래프다. 보면 알겠지만 주파수 응답은 값싼 케이블과 전혀 다를 것 없이 아주 평탄하고, THD는 측정 기기의 왜곡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 이런 케이블들은 '원음의 전달'을 주장하니, 그게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반의 반의 반도 안 되는 가격의 일반적인 케이블도 똑같다는 점이 문제지만.

 

 물론 저항값의 따른 주파수 응답의 변화가 미세하게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EQ로 얻어지는 변화와 비교도 할 수 없는 미세한 변화인데다가, 그런 변화를 위해 비싼 케이블들을 구매하는 것은 백화점에서 눈을 가리고 옷을 사는 것과 같은 바보 같은 짓이다.

 

2. 스태빌라이저 / 스파이크

 스피커 밑에 두어서 방진 기능을 하는 상품들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Primacoustic사의 RX 시리즈가 있다. 이런 제품들의 경우에는 공간 등의 문제로 스피커를 책상 위에 두어야 한다거나 할 때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문제는 역시 남들과는 자릿수부터 다른 가격표를 달고 나와서 스피커 퍼포먼스의 극적인 향상을 주장하는 물건이 있다는 점. 이런저런 기술들을 내세우며(앞에 '음이온' 따위가 붙는 유사과학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가격을 합리화하려 하지만 실상은 쇳덩이 몇 개를 끼워 맞춘 경우가 대부분이다.

 

https://youtu.be/z5Jv7hzUdTs?si=3y00R8wDdxCdnfGn

Telefon Tel Aviv도 요가블럭을 쓴다.

 

 개인적인 스피커 받침대 가성비 픽은 요가블럭이다. 다양한 크기로 나와서 귀 높이에 맞추기도 적당하고 방진 기능 또한 준수하다. 심미적으로 거부감이 든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3. 에이징?

 에이징은 일본에서 시작된 개념으로, 막 출고된 음향기기가 제대로 된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몇 십, 몇 백 시간을 거쳐 음원을 재생해서 진동판을 풀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양 커뮤니티에서는 번인(Burn-in)이라고도 한다. 정말 에이징을 해야 제대로 된 소리가 날까?

 

  에이징, 그러니까 스피커를 장시간 가동하는 행위를 통해 소리가 달라진다는 것은 틀린 말은 아니다. 스피커의 드라이버가 장시간 진동하면 소리가 달라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이를 컴프레션 테스트라는 이름으로 측정하기도 하며, 보통 테스트하기 전과 후의 결과가 많이 차이 나지 않을수록 좋은 결과라고 본다. 한결같은 소리를 내준다는 의미니까.

 

 그러나 이렇게 해서 달라진 소리가 제대로 된, 스피커 본연의 소리라고 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수다. 오히려 앞서 말했듯이 장시간 가동된 후 소리가 달라지지 않는 것이 공산품으로서 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렇게 몇 백 시간을 쉬지 않고 스피커로 음원을 틀어두면 드라이버가 고장 날 수 있다. 에이징 하다가 스피커가 고장났다고 하면 무상으로 AS를 해주는 회사가 몇이나 될까?

 

HD600으로 유명한 젠하이저의 에이징에 대한 입장

 

+ 서브우퍼는 층간 소음의 주범?

 스피커의 성능은 서브우퍼를 통해서 향상될 수 있다. 여기서 성능의 향상은 저음역대의 확장뿐만 아니라, 디스토션의 감소까지 말한다. 2way 스피커과 3way 스피커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그런데 이렇게 서브우퍼로 저음역대를 확장하면 아랫집에 평소보다 더 소리가 잘 전달될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만약 흡음재가 전혀 없다거나 EQ로 피크를 잡지 않는다면 가능한 이야기지만, 제대로 플랫하게 서브우퍼를 세팅했다는 가정 하에 우퍼가 있는 시스템과 그렇지 않은 시스템의 층간 소음 영향은 같다. 바꿔 말하면 애초에 아파트에서 스피커를 트는 것 자체가 층간 소음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스피커'는 저음역 한계가 100hz 아래로 내려가는 것들에 한한다.)

 

 돈이 많다면 방음 공사를 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고, 그렇지 않다면 75dBSPL 이하의 저음압 청취를 하거나 헤드폰을 쓰는 것이 층간 소음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또한 부밍을 잡는 것은 층간 소음뿐만이 아니라 모니터링 환경을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다. 방음부스 안에 시스템을 놓는 방법도 있지만, 좁은 방일 수록 반사에 의한 Comb-Filtering이 심하게 나타나고 안에 흡음재를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 또한 어느 정도 타협이 필요한 방법이다. 제진 마운트나 앞서 말한 스파이크는 층간 소음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른 분야에서라면 누구도 속지 않을 수법이 유독 음향판에서만 판치는 것은, 인간의 귀가 여러 변수에 민감하면서도 그것들을 판별 해내는 능력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부터 시작한다.

 

청취중에 머리 좌우 각도에 따라서 고막으로 전달되는 주파수는 이렇게 달라진다.

 

 많은 믹싱/마스터링 엔지니어들이 "당신의 귀를 믿으세요"라고 말하지만, 인간의 모든 감각이 그러하듯이 청각 또한 그다지 믿을 것이 못된다. 듣는 중에 고개를 살짝 돌리기만 해도 최종적으로 고막으로 들어가는 소리에는 무수히 많은 딥과 피크가 피크가 생기고,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서, 심지어는 무슨 옷을 입었냐에 따라서 소리를 다르게 인지하게 된다.

 

 이러한 감각의 특성은 오디오 업자들에게는 최고의 도구다. 이를 이용해서 스쳐 보기엔 그럴싸한 물건들을 내세워 돈을 요구하는 판매자들과 '들어보면 안다'로 귀결되는 소비자들의 행태는 사이비 종교와 닮아있다. 우리들의 지갑, 더 나아가 양질의 창작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미신들을 멀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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