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링 스피커에 대해 이야기하는 마지막 글이다. 지난 두 번째 글에서 스피커의 측정치를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구입한 스피커를 알맞게 세팅하는 방법에 대해 다뤄본다.
'개인적으로 음악을 만드는데 필요한 장비들 중에서 가장 사용자들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장비는 단연 스피커라고 생각한다.'ㅡ 첫 글의 서두를 이렇게 떼었다. 그렇게 이해도가 떨어지는 장비에서, 더욱이 과소평가되는 부분이 스피커의 배치와 룸 어쿠스틱이다. 비싼 돈을 들여 스피커를 구입했다 한 들 그 스피커가 놓인 공간이 잘못되었다면 형편없는 소리를 듣게 될 수밖에 없으며, 스피커에 투자하는 만큼 룸 어쿠스틱에도 공을 들여야 스피커는 비로소 제값을 해낼 것이다.
1. 기본적인 배치
스피커를 배치할 때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가이드라인이 있다.
1. 사용자 청취 위치 기준 양 옆이 대칭이 되도록 놓을 것.
이렇게 해야 올바른 스테레오 이미지가 형성된다. 흡음재 등의 구조물 또한 대칭이 되도록 놓는 것이 좋다.
2. 스피커와 청자 사이를 가리는 물건이 없도록 할 것.
스피커와 청자 사이를 무언가 막고 있다면 당연히 소리가 달라질 것이다. 스피커에 그릴을 씌워도 소리가 약간 달라진다. 그릴의 재질, 모양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다르다. 제네렉이나 노이만처럼 원래 그릴이 씌워진 상태로 나온 제품은 이를 염두에 두고 설계한 경우다.
3. 트위터, 혹은 트위터와 우퍼 사이 부분의 높이가 청취자의 귀 높이와 일치하게끔 할 것.
지난 두 번째 글에서 알아봤듯이 스피커는 특정한 수직 지향성을 가지기 때문에 높이가 달라지면 소리의 밸런스도 달라지게 된다. 트위터에 맞춰야 할지 트위터와 우퍼 사이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면 스피커의 매뉴얼을 참고하자.
4. 스피커와 뒷 벽 사이가 0.5m 이하 도는 2m 이상이 되도록 할 것.
룸 게인을 최소화 하고 싶다면 2m 이상으로, 아예 룸게인을 받아서 저역을 컨트롤하려면 0.5m 이하로 하면 된다. 이 때 기준은 스피커 앞면이다. 스피커와 벽 사이의 거리를 조절함으로써 저역대 주파수 응답의 딥이 생기는 위치와 양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 측정용 마이크가 있다면 위치를 옮기며 여러 번의 측정을 통해 가장 괜찮은 응답이 나오는 자리를 찾는 것이 좋다.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일 뿐, 정답은 아니다. 예를 들어 3번 항목의 경우 스피커를 청자보다 위에 놓고 귀를 향하게 두는 배치도 가능하다.
2. 룸 트리트먼트
일반적으로 쓰는 두꺼운 흡음재와 디퓨저는 각각 흡음과 확산으로 용도가 완전히 다르다. 흡음은 반사되는 소리의 양을 줄이는 것이고, 확산은 반사되는 소리를 여기저기로 흩어놓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흡음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튜디오 인테리어에 디퓨저만 한 것이 또 없긴 하지만, 적절한 흡음재를 투입하기 전에 디퓨저는 오히려 소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확률이 크다.
정말 최소한의 비용으로 흡음재를 놓고 싶다면, 스피커가 놓인 쪽의 벽 양 코너에 배치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그 다음은 1차 반사 지점, 나머지 코너, 스피커 뒷 벽 순이다. 천장에 흡음재를 매달아도 효과가 좋다. 1차 반사 지점은 https://www.mega-acoustic.pl/poradnik-akustyczny/kalkulator-akustyczny/ 이 사이트를 이용해서 구할 수 있다. 폴란드어로 되어있긴 하지만 생각보다 직관적이어서 번역 돌리면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다.
흡음재에 대해 주의할 점은 모든 영역을 고르게 흡음하려면 두껍고 밀도가 높은 제품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한때 계란 판을 흡음재로 쓸 수 있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렇게 얇은 두께로는 중~고음만 흡음돼서 안 쓰는 것만 못하다. 베이스 트랩을 검색하면 많이 나오는 스펀지 같은 재질의 제품들도 그리 효과가 좋지는 않다. 두께가 50cm는 되어야 저음을 제대로 흡수할 수 있다.
가격이 부담된다면 직접 만들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케아 스쿠브 같은 수납함 안에 미네랄울을 꽉 채워 넣으면 꽤나 쓸만한 흡음재가 완성된다. '베이스 트랩 자작'이라고 검색하면 많이 나온다.
디퓨저는 앞서 언급했듯이 흡음재가 충분히 투입되지 않았거나 방 크기가 작은 편이라면 놓지 않는 편이 좋다. 적당히 넓은 환경에 흡음재도 넉넉하다면, 청취 위치 기준 뒤쪽 벽 가운데에 조금씩 붙여주자. 층고가 높다면 천장에 붙여줘도 좋다.
3. 측정과 보정
이 분야에선 제네렉의 GLM이 가장 유명하지만 노이만도 MA1이라는 보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고, 스피커에 DSP 기능이 없다면 외부 DSP를 통해 사용 가능한 Dirac이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쪽은 MiniDSP의 DSP 하드웨어와 UMIK-1 마이크가 유명하다. 하드웨어를 구입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Room EQ Wizard(REW)와 Equalizer APO라는 소프트웨어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마이크는 필요하다.
Sonarworks는 여러 가지 이유로 별로 추천하지 않는데,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위에서 언급한 다른 소프트웨어들에 비해 성능이 낮다는 의견이 많다. 또한 Sonarworks 이름을 붙이고 나오는 측정용 마이크는 Behringer에서 제조하는 마이크와 90% 같은 중국제 회로로 만든 제품이면서 가격은 3배 이상 차이 나는 황당한 제품이다.
보정 프로그램을 쓸 때는 우선 흡음재를 통해 최대한 주파수 응답을 평평하게 만든 뒤 공간의 한계를 보정으로 해결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직까지는 명확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저음역대의 피크는 EQ로 눌러줘도 괜찮지만 딥을 끌어올리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인간의 귀는 직접음과 반사음을 구분할 수 있지만 마이크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 채널의 위상만 반전되었다거나 하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위상 변화는 인간이 둔감하게 느끼는 부분이기 때문에 주파수 응답과 위상 응답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경우에는 주파수 응답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피커가 아닌 룸을 듣는다는 말도 있듯이, 스피커의 성능 차이보다 두드러지는 것이 환경의 차이다. 혹여나 현재 사용 중인 스피커의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업그레이드를 고민 중이라면 위의 사항들 중에 소홀히 한건 없는지, 정말 스피커의 성능이 문제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100만 원짜리 스피커를 200만 원으로 바꾸는 것보다 룸 트리트먼트에 100만 원을 투자하는 것이 훨씬 체감이 잘 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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