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글에서는 스피커와 그 주변 용품들에 대한 다양한 미신들을 알아보았다. 두 번째 글에서는 스피커에 대한 가장 객관적인 평가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측정치와 이를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간단히 알아본다.
1. 주파수 응답 (Frequency Response)
같은 음압의 신호가 입력되었을 때 주파수 대역마다 출력되는 음압을 나타낸 그래프다. 파라메트릭 EQ를 만져봤다면 해석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가로축이 주파수, 세로축이 음압을 나타낸다. 여러 각도가 표기되어 있는데, 우선 0°에 해당하는 그래프만 보자.
보통 같은 음압을 넣었으니 주파수 대역마다 같은 음압으로 출력된, 다시 말해 20Hz부터 20,000Hz까지 일직선으로 평평한 그래프가 나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스피커는 대역폭의 일정한 한계를 가진다. 이 한계는 저음역에서 두드러지며 보통 드라이버의 크기가 작을수록 저음역 대역폭이 줄어든다.
위 사진은 제네렉 8030c의 주파수 응답 그래프다. 5인치 우퍼를 탑재한 제품으로, 약 60hz부터 서서히 저음역 감쇠가 시작된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플랫한 그래프인데, 정말 굳이 흠을 잡아보자면 1.5~3kHz 부근의 아주 약간의 부스트 와 10kz 부분이 살짝 꺼진 점 정도가 있겠다. 청감상 의미가 있다고 하기는 힘들다.
Adam A5X의 그래프. 그럭저럭 평탄한 축에 속하지만 1000Hz 부근 약 -7dB의 좁은 딥이 눈에 띈다. 이 정도의 에러는 청감상 유의미하게 작용할 확률이 크다.
2. 지향성 (Directivity)
마이크도 수음 지향성이 있듯이 스피커에도 지향성이 있다. 스피커를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와 각도 차를 두고 있을 때의 소리가 다르게 들린다는 이야기다. 보통 단일한 X축 폴라 플롯으로 표현하는 마이크의 지향성과는 달리 스피커의 지향성은 수직 지향성과 수평 지향성으로 나뉜다. 앞서 제시된 Genelec 8030c의 주파수 응답 그래프처럼 여러 각도에서 얻어낸 주파수 응답을 표기한 경우에는 이를 수평 지향성으로 해석하며 0°에 해당하는 그래프를 On-Axis Response, 다른 각도의 그래프는 Off-Axis Response라고 한다. On-Axis 응답은 일반적인 주파수 응답에 대한 정보를, Off Axis 응답은 지향성에 대한 정보를 가진다. 지향성을 조절하기 위해 드라이버를 중심으로 둥글게 조형해놓은 구조를 '웨이브가이드(Waveguide)'라고 한다. 청감상으로는 공간감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또한 지향성을 표현하는 그래프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보통 세로축을 각도로, 가로축을 주파수로 표현한 빔폭(Beamwidth)이나 둥근 형태의 극좌표(Polar Plot)로 지향성을 표시한다. 빔폭을 부드럽게 표현한 등고선도(Contour Plot)도 있다.
이상적인 스피커는 아래와 같은 형태의 지향성을 띌 것이다.
말 그대로 모든 주파수가 각도 변화에 일정하게 감쇠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저음역대 컨트롤의 물리적 한계로 인해 이러한 지향성을 보여주는 스피커는 정말 흔치 않다. Dutch & Dutch 8c가 그나마 근접한 지향성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는 저음역부터 고음역까지 완만하게 감쇠되는 모양의 지향성을 띈다. 이 때 그래프의 출렁임이 적고 0°에서 180°까지 그래프들의 간격이 주파수 대역마다 일정할수록 좋은 특성을 띈다고 본다. 또한 감쇠가 일어나는 최초 각도의 절댓값이 높은 지향성이 선호되기도 하는데, 이는 앉은 자리에서 고개를 살짝 돌리거나 움직여도 다소 균일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스윗스팟이 넓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만약 특정 음역대가 더 넓은 지향각을 가지거나 감쇠가 느리게 일어난다면, 예를 들어 그 음역대의 잔향이 더 오래 남는다거나 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그런 소리를 선호할 수도 있겠지만 모니터링 환경에서는 부정적인 현상이다.
3. 고조파 왜율 (Total Harmonic Distortion, THD)
만약 440Hz의 사인파를 어떤 스피커로 재생 할 때, 출력되는 파형에는 필연적으로 약간의 배음이 추가되는데, 이 배음들의 합(dB)을 440Hz 기음의 dB값으로 나눈것을 THD라고 한다. 보통 백분율로 표현해서 만약 86dBSPL의 1000Hz 사인파를 출력했는데 측정된 THD가 0.1%라면 0.1%@1kHz 86dBSPL와 같은 방식으로 나타낸다. 결과값이 낮을수록 성능이 좋다고 본다.
그런데 제조사에서 이렇게 특정 주파수의 THD 측정치를 기재해놓는 것은 그다지 믿을 것이 못된다(사실 모든 측정치가 그렇다.). 특히 단위가 dBA이거나 뒤에 A-Weighted라는 말이 붙은 경우에 더 그렇다. A-Weighted Decibel, 즉 dBA는 등청감곡선에 맞춰 측정치를 보정했음을 의미하는데, 이 때 보통 값이 dBSPL로 나타냈을 때 보다 더 낮아진다. 또한 단일한 주파수의 THD값 보다 아래 그림과 같이 전체 주파수의 THD 그래프가 훨씬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KH150과 Footprint 01의 THD 그래프다. 앞서 말했듯이 모든 스피커는 저음 대역폭의 한계를 가지므로 100Hz 이하에서 그래프가 어느 정도 솟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극저음의 배음은 중~고음역대의 배음보다 청감상 훨씬 덜 두드러진다는 점을 감안하고 보자.
그럼에도 Footprint 01의 베이스 디스토션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저음의 양을 맞추는데 물리적 설계로는 한계가 있으니 DSP를 통해 저음을 끌어올렸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그 위 대역에서도 역시 Footprint 01의 THD가 전반적으로 더 높게 측정됨을 알 수 있으며 2kHz 부근에서는 86dBSPL에서 1%, 96dBSPL에서는 1.5%까지 올라감을 알 수 있다. 보통 1~1.5% 부터는 가청 가능할 정도로 배음이 형성되었다고 본다. 저렇게 특정 대역에 THD가 높게 나오는 경우는 그 부근에 우퍼와 트위터의 각 담당 주파수 끝 부분이 만나는 지점, 즉 크로스오버 포인트가 있는 경우가 많다(Footprint 01의 경우는 아니다. 해당 스피커의 크로스오버로 인한 THD 피크는 96dB 그래프에서 두드러지는 3.6kHz.). KH150의 경우에도 크로스오버가 있는 스피커지만 이러한 결함이 나타나지 않도록 설계를 잘 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주파수 응답, 지향성, THD 측정치를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았다. 이외에도 공진 정보를 담고 있는 누적 잔향(Cumulative Spectral Decay, CSD) 그래프나 Impulse response등의 그래프가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찾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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