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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프레서의 기본적 이해

프로듀싱

by ear to ear 2024. 1. 2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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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Q, 그리고 컴프레서. 이 둘만 잘 써도 믹싱 엔지니어가 할 일이 1/4로 줄어들게 된다. 컴프레서는 그만큼 필수적이고 효과적인 도구지만, 이것이 하는 일이 무엇이고 왜 쓰는지 가늠조차 안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Threshold. 임계점? 역치? 번역해도 뭔 말인지 모르겠다. Attack? Release? 이것들은 Envelope에 쓰이는 말 아닌가? 이것저것 돌려봐도 볼륨이 바뀌는 것 말고는 차이를 모르겠는데···.

 

이번 글에서는 입문자들을 위해, 컴프레서의 기본 작동 원리에 대해 알아본다.

 

 

 

컴프레서는 일정 크기 이상의 소리가 들어오면, 그것을 설정값에 따라 누르는(=크기를 줄이는) 이펙터다.

 

직관적 인터페이스로 유명한 FL Studio지만, 컴프레서 GUI는 해당사항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처음으로 접했던 컴프레서는 FL Studio의 내장 컴프레서였다. 당시의 나로서는 Gain을 돌리면 소리 크기가 달라진다는 것 말고는 이게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인터넷에 프리셋을 검색해서 적용해 봐도 소리가 살짝 작아진 것 말고는 솔직히 그다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다들 쓴다고 하니까, 대충 프리셋 붙여넣기 정도로만 때우곤 했었다. 그러다가 3년 뒤 Ableton으로 넘어갔다.

 

Ableton Live의 컴프레서. 깔끔하고 정석적이다.

 

Knee? Makeup? 새로운 단어들이 보인다. 무엇보다 중앙의 그래프와 미터들이 눈에 띈다. 아, 이게 이런 뜻이었구나... 역시 눈으로 봐야 이해가 된다. 이제 위 사진의 에이블톤 내장 컴프레서를 기준으로 용어들을 정리해 보자면,

 

Threshold: 얼마나 큰 소리가 들어와야 컴프레서가 작동할지를 정한다. 예를 들어 사진 속 Thresh(old) 값은 -15.7dB로 설정되어 있는데, 들어오고 있는 신호의 소리가 -15.7dB보다 커지면 그 시점부터 컴프레서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만약 이보다 작은 소리가 들어오면 컴프레서는 아예 작동하지 않는다.

 

Ratio: 컴프레서에 들어온 신호와 내보낼 신호의 비율...이라고 보통 간단히 말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원본 신호가 Threshold 값을 넘긴 양'과 'Threshold 값'의 비율이다. 다시 쉽게 설명하면, Ratio 값이 클수록 신호를 많이 누르고, 값이 작을수록 신호를 덜 누른다. 예를 들어 Threshold보다 4dB 큰 신호가 들어왔을 때, Ratio가 4 : 1로 설정되어 있다면 컴프레서를 지나는 신호는 Threshold보다 1dB 큰 신호가 되고, 8 : 1로 설정되어 있다면 Threshold보다 0.5dB 큰 신호가 될 것이다. 1 : 1의 Ratio 값은 컴프레서가 작동하지 않음을 의미하며, ∞ : 1 이면 Threshold를 넘긴 신호는 얼마냐 많이 넘겼느냐에 상관없이 Threshold 값=신호의 크기가 된다. (리미터를 생각하면 편하다.)

 

Gain Reduction: 컴프레서가 누르는 양을 dB 단위로 표시한 것, 또는 누르는 동작 그 자체를 의미한다. 위 사진에서 'GR'이라고 쓰여있는 것이 Gain Reduction의 약자다. 

 

Attack: 신호가 Threshold 값을 넘어섰을 때 컴프레서가 얼마나 빨리 작동할지를 결정하는 값이다. 값이 낮을수록 빨리, 높을수록 느리게 컴프레서가 신호를 누른다. 예를 들어 Threshold 값이 -10dB, Ratio 값이 2 : 1, Attack 값이 10ms로 설정된 컴프레서에 -6dB의 신호가 들어왔다고 가정하면, 신호가 -6dB에서 -8dB까지 내려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10ms가 될 것이다. 이때 Gain Reduction 값은 -2dB.

 

Release: 신호가 Threshold 값 아래로 내려갔을 때 컴프레서가 얼마나 빨리 작동을 멈출지 결정하는 값이다. 마찬가지로 값이 낮을수록 빨리, 높을수록 느리게 동작을 해제한다. 예를 들어 Threshold 값이 -15dB, Ratio 값이 3 : 1, Release 값이 30ms로 설정된 컴프레서에 -6dB의 신호가 들어왔다가 다시 순간적으로 -18dB로 내려갔다고 가정하면, Gain Reduction 값이 -6dB에서 0dB로 올라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30ms가 될 것이다. 종종 컴프레서의 Release 옆에 Auto 버튼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걸 켜면 컴퓨터가 입력 신호를 인식하고 Release 값을 알아서 조절한다.

 

Ratio, Attack, Release에서 든 예시는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일 뿐, 실제로 적용되었을 때 저렇게 계산한 값이 맞을 확률은 매우 적다. 왜냐하면 해당 예시들에서는 밑에서 설명할 Knee와 Peak/RMS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컴프레서마다 알고리즘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Knee: 쉽게 말하면, 위 사진의 그래프에서 꺾이는 부분의 Y축 값을 Threshold가 정한다고 하면, 그 그래프를 얼마나 부드럽게 처리하느냐를 Knee 값이 정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원본 신호와 컴프레서가 압축한 후의 신호를 얼마나 부드럽게 연결하는가'이다. 값이 클수록 부드럽게 처리되고(Soft Knee), 값이 0이면 Threshold에서 뚝 꺾인다(Hard Knee). 사실 Knee 알고리즘은 플러그인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위 예시처럼 Gain Reduction 값을 딱딱 구하기는 어렵다.

 

Make-up Gain: 컴프레서는 기본적으로 소리를 누르는 도구다. 때문에 컴프레서를 적용하게 되면 소리가 전체적으로 작아지게 되는데, 이것을 보상하기 위해 음량을 올리는 것을 Make-up Gain이라고 한다. 에이블톤 컴프레서에서는 Makeup 버튼을 누르면 알고르즘에 맞춰서 Make-up Gain 값을 알아서 설정해 주고, 이것을 끄고 Out Gain을 수동으로 조절할 수도 있다.

 

Look-ahead: 많은 사람들이 '컴프레서가 먼저 소리를 인식해서 여유롭게 처리하는 것' 정도로 알고 있는데, 이것은 엄밀히 따지면 틀린 말이다. 컴프레서를 제외한 프로젝트 내의 모든 요소들에 레이턴시를 부여해서 컴프레서가 입력 신호의 음량이 Threshold 값을 넘어선 시점보다 먼저 작동을 시작하는 것이, Look-ahead 기능이다. 위 사진에서 Look.이라고 표시된 것이 Look-ahead.

 

Peak/RMS/Expand: Expand(er)는 사실 컴프레서와는 별개의 기능이라서, '컴프레서와 반대로 Threshold 값을 넘은 신호를 증폭시키는 것' 정도로만 설명하고 넘어간다. Peak와 RMS는 컴프레서가 입력 신호를 받아들이는 두 가지 방식이다. Peak는 신호의 최고점을 기준으로 동작하고, RMS(Root Mean Square)는 신호의 평균값의 제곱근을 기준으로 동작한다. Peak는 정확하고 날카롭게 동작하고, RMS는 다소 부드럽고 느리게 동작하는 경향이 있다.

 

컴프레서의 작동 과정을 시간 영역에서 설명하는 그래프

 

컴프레서를 쓸 때는 이러한 원리를 파악하고 그것을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앞에서 설명했듯이 Attack 값이 높을수록 컴프레서가 신호를 누르는 속도가 느려진다. 이 말은 곧 소리의 시작 부분이 중간~뒷부분보다 덜 눌린다는 뜻이 된다. 즉, Attack 값을 높게 설정하면 소리의 시작 부분이 상대적으로 강조되는 것이다. Kick이나 Snare 등 드럼 샘플로 시험해 보면 느낌이 올 것이다. 물론 이것이 소리의 강조점이 앞에 있는 소리들에 컴프레서를 걸 때 Attack 값을 높게 설정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컴프레서의 종류에 따라서는 짧은 Attack 값을 통해 펀치감을 얻을 수도 있다.

 

 

 

https://eartoear.tistory.com/8

 

컴프레서의 종류와 쓰임새

컴프레서는 EQ와 함께 프로듀싱과 믹싱에 있어서 기본적이면서도 필수적인 이펙트다. 단순히 음을 눌러주는 듯 하면서도 소리의 리듬감과 질감에까지 관여하니, 흥미로운 이펙트가 아닐 수 없

eartoear.tistory.com

컴프레서에 대해 어느정도 개념이 잡혔다면, 위 링크의 글을 이해하기 훨씬 수월할 것이다. 보다 전문적으로 컴프레서를 사용하고 싶다면 읽어보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컴프레서를 쓰는 기초적 팁 세 가지로 글을 마친다.

 

1.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컴프레서 세팅은 그대로 따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 샘플, 사용 중인 컴프레서는 세팅 값을 올린 사람들의 것과 분명 다를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컴프레서를 안 쓰니만 못하게 될 것이다. 프리셋도 마찬가지로, Attack과 Release 값이 낮은지 높은지, Ratio는 어떠한지 등의 경향만을 보고 실적용은 직접 소리를 들어가며 설정해야 한다. 프리셋은 시작점이지, 종점이 아니다. 이건 비단 컴프레서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2. 솔로(Solo) 버튼을 켜놓은 상태로만 컴프레서를 만지지 말고, 곡 전체에서 해당 트랙이 어떻게 들리는지를 파악해가면서 조절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3. 컴프레서를 걸 때는 본인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프로듀싱/믹싱 단계에서 많이들 하는 초보적인 실수들 중 대표적인 것이 아무런 이유 없이 EQ나 컴프레서를 거는 것이다. 이미 잘 다듬어진 소리에 컴프레서를 걸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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